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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 중국산의 잠식... '친환경' 이케아 어떻게 가능했나

[아픈 가구③] 판상목재 업계 "이대로면 국내업체 고사... 제대로 규제해야"

 

2014년 한국에 들어온 이케아가 국내 가구시장에 친환경 논란을 다시 지폈습니다. 우리는 왜 일본, 유럽보다 위험한 가구를 써야 하는 것일까요. 취재해봤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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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광명시 일직동 이케아 광명점 내부 
ⓒ 연합뉴스

 

 

"국내 가공목재 시장은 이미 중국산, 베트남산 저질 나무판에 서서히 잠식당하고 있어요. 가격 면에서 경쟁이 안 돼요. 일본, 유럽 수준으로 환경 규제만 제대로 되어 있으면 한국으로 들어올 수가 없는 나무들인데 말이죠." 

 

설명을 이어가던 한상목(가명)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대로 가면 국내 업체는 모두 생존이 어렵다"면서 "제발 나라에서 제대로 규제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그는 국내 한 판상목재 제조업체에서 10년 넘게 근무중이다.

 

한씨뿐만이 아니었다. 13일 만난 판상목재 업계 관계자들은 모두 한목소리였다.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기사(이케아의 질문 "왜 한국가구는 '질 낮은' 나무를 쓸까?") 에 대해서는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설명했다.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국내 환경규제 기준 탓에 소비자뿐 아니라 목재업계도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최저 사용 기준을 현행 E1(방산량 0.5mg/L 초과 1.5mg/L이하)급에서 E0(0.3mg/L 초과 0.5mg/L 이하)급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속 이대로면 국내 업체들, 점점 생존 어려워질 것"

실내용 가구를 만들 때 사용되는 가공목재는 크게 합판, 파티클보드(PB), 섬유판(MDF) 세 종류다. 제조된 목재에는 포름알데히드 방산량을 기준으로 'SE0(방산량 0.3mg/L이하)', 'E0', 'E1', 'E2(방산량 1.5mg/L 초과 5mg/L 이하) 등 환경 등급이 매겨진다. 이중 국가가 인정하는 친환경 나무는 SE0와 E0 둘뿐이다. E2 등급은 포름알데히드를 많이 뿜어낸다는 이유로 현재 실내용 가구로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국내 업체들이 가장 많이 생산하는 등급은 E1이다. 대성목재, 성창기업, 동화기업 등 6개 국내 주요 목재 가공업체들이 지난해 생산한 섬유판은 약 201만㎥. 이중 90% 이상을 국내 가구업체들이 가져다 쓴다. 지난해 생산량을 보면 74% 이상이 E1 등급이었다. 가장 친환경적인 SE0 등급 생산량은 전체의 약 0.3%에 불과하다.

 

국내 판상목재 제조업체들이 어떤 등급의 목재를 생산하느냐는 대부분 가구 업체의 주문에 달려 있다. 한 목재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중반까지 섬유판 쪽에서는 가구 뒤판에 들어가는 판재들은 E2로 생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E2는 포름알데히드 문제가 있지만 '갑' 입장인 국내 가구업체가 오더(주문)을 내리면 우리로서는 생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2 등 '등급외'로 간주되는 섬유판의 지난해 생산량은 전체의 15% 정도다.

 

이런 풍경은 판상목재 제조업계의 오랜 고민 중 하나다. E2, E1 등 비 친환경적 목재들은 중국, 베트남 등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 A업체 관계자는 "E2, E1의 경우 국내산보다 중국, 베트남 제품이 모두 10% 정도씩 싸다"고 설명했다. 이미 기술적으로는 보편화된 제품이라서 가격 경쟁이 치열한데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비싼 국내 제품에 비해 수입 제품들이 경쟁력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베트남 인건비는 한국의 1/5 수준 "이라고 말했다.

 

잇달아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목재 수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유럽의 경우 한·EU FTA로 가구와 판재의 관세가 지난 2011년부터 매년 1.1%씩 감소중이다. 오는 2017년 7월 1일부로 유럽에서 오는 나무 및 가구의 관세는 0이 된다. 동남아에서 들어오는 판재 관세도 지금은 8%지만 2016년부터는 6.4%로 떨어진다.

 

밀려오는 수입 목재들 대신에 수출로 활로를 열 수 있는 여건도 못 된다. 판상목재 제품의 경우 부피 대비 단가가 낮아 물류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 이 관계자는 "수출은 수지가 안 맞는 상황"이라면서 "계속 이대로라면 국내 업체들은 점점 생존이 어려워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발효된 산림청 고시도 판상목재 제조업체들의 공통적인 고민거리다. 산림청이 E2 등급을 실내용 가구 재료로 사용하면 규제하겠다고 해놓고 막상 시장에 실질적인 규제를 가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법인들은 정부가 규제 한다고 하니까 E2 생산량을 깨끗하게 다 줄였는데 막상 단속을 안 하니까 해외산 E2 자재들은 국내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면서 "국내 업체들만 손해를 보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2월 말에 지자체와 지방청 공무원들에게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면서 "3월부터는 단속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E1→ E0로 자재 바꾸면 가구 완제품 원가 0.6% 올라"

판상목재 업계가 꼽는 유일한 해결책은 '정부 규제 강화'다. 국내 환경규제 기준을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고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이 유통되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B업체 관계자는 "일단 지금 E1인 실내용 가구 사용 기준을 E0 등급 이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포름알데히드가 덜 나오는 판재를 만들려면 좋은 수지(접착제)를 써야 하는데 국내 업체들은 수지 제조업체를 대부분 자회사로 가지고 있고 이와 관련된 기술들이 충분히 축적되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E1, E2 위주로 생산하는 중국 업체들은 E0로 맞춰서 납품하려면 수지를 별도로 사야 해서 상대적으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환경규제 강화 얘기가 나오면 따라붙는 반대논리 중 가장 유력한 것이 가격인상론이다. 가구 자재를 좋은 등급으로 올리면 자연히 원가가 올라가고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구 가격도 올라간다는 것. 그러나 C업체 관계자는 "환경규제 기준을 올린다고 해서 가구 원가가 크게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케아는 어떻게 E0 등급으로 가구 공급하겠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파티클보드(PB) 판상목재 소판(가로 2.4m, 세로 1.2m) 기준으로 E1 판재를 E0 등급으로 올리면 단가가 20% 정도 올라가지만 가구 완성품 가격에서 파티클보드 판이 차지하는 원가가 3%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3% 정도인 나무 가격이 20% 올라서 3.6%가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구 완제품만을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거의 원가상승 요인이 없다"면서 "실내 가정용 가구는 매출액 중에서 제품 원가를 제하면 35%가 남을 정도로 마진이 높은데 이 정도 때문에 소비자 가격을 크게 올린다는 것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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