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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아기 낳아보니... 가구 때문에 아픈 아이 없어야죠"

[아픈 가구④] 장하나 의원 "정부, 포름알데히드 관리 실패... 규제 법안 만들겠다"

 

2014년 한국에 들어온 이케아가 국내 가구시장에 친환경 논란을 다시 지폈습니다. 우리는 왜 일본, 유럽보다 위험한 가구를 써야 하는 것일까요. 취재해봤습니다. [편집자말]

 

"공무원들이 쓰는 가구의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기준을 친환경 등급인 E0로 올렸다면 조금 시차가 있더라도 국민들이 쓰는 제품 역시 같은 기준치를 적용해야지요. 하지만 5년이 넘도록 방치하고 있는 것은 국민 건강을 도외시하고 있는 겁니다."

 

실내가구 자재의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규제를 현행 'E1' 등급(방산량 0.5mg/L 초과 1.5mg/L 이하) 이상에서 'E0' 등급(방산량 0.3mg/L 초과 0.5mg/L 이하) 이상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 차원에서 재추진될 예정이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포름알데히드는 국제암연구기관(IARC)이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특히 최근에는 유아와 성인에게 아토피 피부염 등을 유발하는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장 의원은 "3년 전에 정부 차원에서 가구 자재에 대한 관리 제도를 마련하려고 했지만, 산업부 등의 반대로 입법이 성사되지 못했다"면서 "업계의 논리보다 안전의 가치에 근거해서 법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발암물질 '포름알데히드' 규제... 산업통상자원부가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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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2014년 10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는 사진.

 

 

가공된 목재로 만든 실내 가구에서 포름알데히드가 나온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다. '새 가구 증후군'이라는 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사회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상당한 기간 변변한 규제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던 만큼,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09년, 동료 의원 24명과 가구 재료 인증 제도를 골자로 하는 '목질판상제품의 오염물질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계속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가 지난 2012년 18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정부 차원의 입법도 수년 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장 의원은 이런 상황의 원인으로 산업통상자원부를 꼽았다. 그는 "가구 업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대로 규제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환경 규제인 만큼 환경부가 관리하도록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이케아가 국내에 들어온 이후 소비자들이 국내산 가구들의 유해물질 배출량을 문제 삼는 분위기다.

"국내의 단위면적당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기준이 1.5mg/L이다. 이케아는 유럽 기준을 준수하는데, 유럽은 지난 2006년부터 0.4mg/L 이하의 제품만 실내가구로 허용하고 있다.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 한국도 2000년대 중반에 이 문제로 논란이 일긴 했었다.

"맞다. 여론이 일어나니까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실내가구 유해물질 방출 실태조사 조사를 처음 실행한 게 2006년이다. 그 이후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간의 소관업무 논란이 있었고 2008년이 되어서야 가구 제품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리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 그 후로는 뭔가 대책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3년 전에 국가 차원에서 실내가구의 원재료인 목질판상제품에 대한 안전관리를 하려고 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대로 규제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

 

 

-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포름알데히드는 유해물질이다. 당연히 환경부에서 관리해야 하는데 산업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에 맡겼다. 게다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정책 흐름도 문제였다. 결국, 2013년이 되어서야 산림청 소관의 '목재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다. 법적으로 실질적인 단속이 시작된 건 지난해 10월부터다."

 

 

- 공무원들이 쓰는 조달청 기준은 'E0' 이하다.
"조달청이 2009년에 친환경 기준에 맞춘다면서 자체 기준을 E0 등급으로 올렸다. E0 등급에 못 미치는 가구는 '나쁜 제품'이라는 얘기다. 그럼 국민들이 쓰는 제품도 시차를 두고서라도 여기에 맞춰야 했다. 그런데 5년 동안 그러지 않았다는 건 국민 건강을 도외시한 관리 태만이다. 국회도 반성해야 한다."

 

 

- 그래도 조달청에서 기준을 E0 등급으로 맞추면서, 학교 가구들도 E0 등급으로 바뀌게 된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만 책상에 앉는 건 아니지 않나.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영유아·어린이·청소년 등 건강취약계층을 고려한다면 시장 유통품 전체에 적용하는 기준치도 조달청 기준치와 똑같이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학교 가구의 기준치는 선진국에 비하면 엄격한 수준이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학교 교실용 가구는 0.3mg/L 이하인 제품만 허용된다. 한국으로 치면 'Super E0'(SE0) 등급에 해당한다.

 

 

"이케아 진출로 어려워진 가구업계... 경쟁력 약화시킨 정부 탓"

 

- 일부 국내 업체들은 온라인 상품 판매 페이지에서 E1 등급 목재를 사용한 자사 제품에 '친환경' 문구를 넣어 소개하고 있다.
"제가 2007년부터 2년간 목수였다. 그래서 가공목재 등급제의 실상에 대해서 잘 안다. 당시에도 대형 가구업체가 E1 등급을 마치 1등급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을 보고 분노했던 경험이 있다. 제대로 된 규제가 필요하다."

 

 

-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환경 규제를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리고 건축용과 가구용 가공 목재 관리를 환경부가 하도록 관리일원화가 이뤄져야 한다."

 

 

- E1 등급까지 허용해주는 현행 규제를 E0로 올리면 국내 중소 가구제조 업체들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한 이후로 가구업계에서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일찌감치 선진국 수준으로 적절한 환경규제를 했다면 국내 가구시장은 이케아와 경쟁 가능한 영업 역량을 갖췄을 것이다."

 

 

- 이케아 진출로 가구 업계가 어려워진 것에 정부 탓도 있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정부가 업계 눈치를 보며 규제강화를 미뤄오다가 높은 안전관리 기준을 적용한 외국 업체가 국내시장에 들어오자 정부와 국내 업계 전체가 당혹스러워하는 상황이다. 단순히 외국 업체의 국내시장 잠식으로만 볼 게 아니라 환경기준 관리를 잘못한 정부가 빚어낸 시장정책 실패라는 측면에서도 볼 필요가 있다."

 

 

- 가구의 원료인 나무판을 만드는 목질판상제품 제조업체들은 오히려 규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 시장은 가격이 싼 중국산 제품들이 국내 업체들을 점점 몰아붙이는 상황이다. 이런 질 낮은 외산 제품과 가격경쟁을 시킬 게 아니라 기술 집약형 친환경 목재로 승부를 볼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 저하에는 정부의 책임이 분명히 있다."

 

 

- 의원 생활이 올해 4년 차다. 그런데 이전까지는 이와 관련된 법안이 없지 않았나. 갑자기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나. 
"갑자기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동안에도 환경 유해물질인 전자파·석면·원전 방사능· 후쿠시마 방사능 수산물 수입 등에 대해 감시하고 규제하는 입법 활동을 해왔다. 지난 11일에 딸을 낳았는데, 앞으로 미래세대와 영유아·산모를 위한 정책개발에도 집중하려고 한다.

 

 

- 국민들이 잘 모르고 있지만, 실생활에서 관심 가져야 하는 유해물질이 있다면 예를 들어 달라.
"전자파가 가구 포름알데히드와 비슷한 사례다. 전자파 유해성 차단을 위해 환경부가 자체 가이드라인을 내놨는데 전자파 관련 업계를 대변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의 반대로 아직 관리제도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 국감 때, 땅속에 묻어있는 송전선로의 전자파 조사를 서울지역서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 인근에서 전자파 수치가 매우 높게 나와서 국립환경과학원으로 하여금 지중화 송전선로 전자파 실태조사를 요구해 놓은 상태다."

 

 

- '라돈' 같은 실내 방사성 물질 관리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은 지질학적 특성상 특히 라돈 방사선 노출 위험도가 높다. 이런 지질정보를 국민에게 정확히 제공하고 어린이집과 영유아 보육시설 등 건강취약시설에 대해 보호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 정책을 보면 전반적으로 방사능 오염에 대한 감수성이 상당히 낮다.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도 당장 중단해야 한다. 고장이 잦은 원전 수명을 늘려서 운용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불안해하는 국민들이 많다. 월성 1호기와 고리1호기를 폐로 시키고 지금의 원전 진흥정책을 원전 제로 정책으로 전면 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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