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살면서 왠만한건 낭만이라는 단어로 덮을 수 있지만 이놈의 눈은 정말 답없다.
조금만 많이 내리면 동네가 고립되기 십상이니 자동차라도 움직이려면 300kg는 넘는 모래주머니들과 쇠사슬 체인 등 만만치 않은 월동 준비를 해야 한다.
눈 때문에 서울에서 전주까지 13시간의 기록도 보유하고 있고 전주에서 양평까지 26시간의 끔찍한 추억도 가지고 있다.
이번 겨울에는 무난히 넘어가나 싶었는데 입춘도 지났고만 갑작스레 내린 대설주의보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나와서 귀가길이 아주 살벌했다.
유독 우리 동네에만 더 많이 내린 것인지 헛돌고 미끄러져 1m 아래 논두렁 절벽 앞에서 30cm도 채 남기지 않고 겨우 멈췄다.
어찌나 식겁하던지. 욕이 절로 나온다.
아~ 지긋지긋한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