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급 수종이라 쓰고 희망 수종이라 읽는다

by 기타치는목수 posted Mar 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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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와 작업실 내에 표시되어 있는 취급 수종.

양질의 목재를 사용한다는 것은 모든 소목인들의 바람이겠지만 집성판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슬픈 현실.

문의가 오거나 제작 의뢰 상담을 하다보면 꼭 나오는 말이 "싼 나무"이다.

당연히 일반인들에게는 어떤 목재가 좋은 목재인지 모르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그러면 저렴하게 파는 기성품들을 사면 되지 왜 맞춤을 하면서 재료는 싼 것을 희망하는 것인지..

좋은 목재, 나쁜 목재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합하냐 그렇지 않냐는 엄연히 존재한다.

이것은 서로 차원이 다른 얘기다.

시골에 기거하고 있어서인지 간간히 어르신들이 나무를 들고 찾아와 이것 저것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있다.

가지고 오는 나무를 보면 느티, 오동 등... 그것도 구하기 쉽지 않는 국내산..

하지만

켠지 한 달도 안 된 것들 ㅡ,.ㅡ

물을 잔뜩 머금고 있어 무게도 엄청나다.

아무리 구하기 쉽지 않은 국내산이라도 제대로 건조가 되지 않으면 짜맞춤 할애비가 와도 제대로 만들 수 없다.

개인적으로 집성판을 정말 싫어하지만 현실은 안쓸 수가 없다.

솔리드 집성판은 그나마 나은데 이제는 솔리드는 찾기 힘들다. 있어도 가격이 너무 비싸다.

어느새 사이드 핑거도 고급 취급을 받고 대부분이 탑 핑거 집성판이다.

  

집성판이 싫은 이유는 집성된 부분이 갈라지거나 재면에 스크래치나 움푹 패인 상처가 있다거나 핑거 조인트 부분이 제대로 붙지 않아 구멍이 숭숭 보인다거나..

한도 끝도 없다.

그럼에도 반품 사유도 안되며 된다 하더라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운송비.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써야하고 그런 하자들을 해결하기 위해 온갖 꼼수를 동원해야 한다.

항상 마음속에 꿈꾸는 상황이 있다.

"그런 나무는 취급 안합니다!"

언제쯤 저런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이번 생은 틀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