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여 년의 시간 동안 함께해준 내 앞치마.
수많은 킥백의 상황에서도 다치지 않게 날 보호해줬고 작업의 효율도 높여준 1등 공신입니다.
이젠 이 녀석 없으면 작업을 할 수 없을 만큼 무의식적으로
내 양 손은 줄자와 장갑을 꺼내기 위해 포켓을 열고
내 두 눈은 샤프펜과 철자를 꺼내기 위해 가슴팍으로 시선을 고정시킵니다.
무더운 여름철엔 굳이 사우나를 가지 않아도 땀을 비오듯 쏟아낼 수 있는 특별한 기능도(?) 가지고 있었던 내 앞치마.
몇 해전 실린 우드플래닛 잡지의 프로필 사진에도 날 돋보이게 해주었던 녀석입니다.
하지만 이젠 너무 낡고 삭아 기워쓰는데도 한계에 봉착.
고심 끝에 작년에 배운 가죽공예 기술로 덤벼본 첫번째 미션~ 앞치마 만들기!
전부 시접처리를 하느라 바느질은 원 없이 해본듯 합니다.
막상 가죽공예를 배울때는 생각만큼 만족도가 높지 않았는데 내가 필요한걸 만들게 되니 가죽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됩니다.
비록 여기저기 에러투성이지만 그럭저럭 마음에 듭니다.
지난 겨울 손이 얼어 작업이 어려울만큼 너무 추워 공방에 나가지도 못했는데 집에서 바느질하며 잘 넘기긴 했으나
이제는 목공도구 만큼 늘어난 가죽공예 도구들이 가뜩이나 비좁은 집안 여기저기에 쌓이기 시작합니다.
다음엔 내 지갑이나 만들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