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는 날
안 올것만 같았던 이사날..
아침부터 부랴부랴 서둘렀지만 일은 항상 꼬이기 마련.
우여곡절 끝에 짐을 다 싸고 8년이나 살았던 동네를 떠납니다.
12년 전,
군대를 제대하고 얼마 안된 어느 날.
통장 잔고 100만원을 들고 돈을 벌기 위해 무작정 상경한 서울.
고시원 생활부터 시작해 남들과 비슷하게 몸 값을 올리기 위한 스펙을 쌓는데 혼신의 힘을 다해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웹디자이너에서 목수로 전향하고 생각과 가치관이 바뀌면서 불확실한 목표에 마지못해 사는 서울 생활을 이제는 그만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순탄하지만은 않았지만 어렵사리 집을 구했습니다.
머 대부분은 은행의 지분으로 큰 빚을 지게 됐지만..
짐을 다 싣고 텅 빈 집을 한 바퀴 둘러보고 있자니 갑자기 울컥해집니다.
감성 코스프레도 잠시.. 1시간 반이면 올 거리를 어린이날에 쏟아져 나온 차들로 5시간 반이나 걸려 겨우 도착. 스트레스 지수 20000!
짐을 내리고 나니 해가 집니다 ㅠㅠ
밥을 먹고 긴장이 풀리니 쌓였던 피로가 몰려옵니다.
어느덧 마누라는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잠이 들었습니다.
걱정입니다. 이제 임신 8주 차라 조심해야는데..
밤 하늘에 별 빛이 보입니다.
졸졸졸 계곡물 소리도 들립니다.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바람 소리도 들립니다.
저도 졸립니다...
